Issue 78, Mar 2013
줄리어스 본 비스마르크
Julius von Bismarck
지리멸렬한 시대를 기계예술로 해체하다
천안문에 내걸린 마오쩌둥의 초상을 구경하려 안간힘을 쓰는 인파들, 베를린을 방문한 오바마를 보기 위해 장사진을 친 시민들. 이 아수라장 속에 역사적 랜드 마크를 방문한 관광객인 척, 매체에 게재할 사진을 촬영하러 온 사진기자인양 슬그머니 잠입한 인물이 있다. 모두가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건축물과 당대의 거물들이 열정적인 연설을 펼치는 것을 보고 셔터를 누를 순간만을 기다릴 때, 그 또한 어떤 순간만을 기다리며, 군중과 함께 카메라를 치켜든다. 그리고 이윽고 터지는 플래시 라이트의 세례. 그 관중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이 찍은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, 이들은 당황하고 만다. 공산주의 아이콘인 마오쩌둥 초상 위에 떠오른 마그리트의 흰 비둘기 이미지, 오바마가 연설을 펼치던 연단 정면의 흰 십자가. 분명 그 장면들을 찍을 때 시각적으로 인지되지 않던 정보들이다. 이 기호들은 어떻게 군중들이 포착한 사진 속에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일까? 대체 누가, 왜 이런 짓을 꾸민 것인가?
● 진정윤 기자 ● 사진 Alexander Levy Gallery
'Public FaceⅠ' 베를린시 설치전경 2008